2007/12/14 18:17 Review/Movie/Play/Music
어떻게든 세상은 돌아가게 되어 있다. - 택시블루스
525. 적어도 올해 안에 바뀌지 않을 숫자의 주인공은, 내가 사는 곳. 바로 우리 동네의 택시 대수이다. 동네택시는 거의 타지 않는다. 미터기도 켜지 않고, (승객이 생각하기에는) 너무 비합리적인 요금을 받는다. 목적지를 말하면 그곳까지 가는 요금의 배를 내야 한다. 돌아오는 길에 손님을 태울 수 없으니, 타고 가는 사람이 그 몫까지 부담하라는 것이다. 혹시나 운이 좋아 손님을 태워 돌아와도 택시비를 절대 깎아주지 않는다. 몇 년이 지났는데, 최근 동네택시를 타 본적이 없기 때문에 아직도 이런 정책을 고수하는지는 알 수 없다.
"용강동이요." 그리고 서로 아무런 말이 없었다. "아드님 이신가 봐요? 멋있어요. 자랑스러우시겠네요." 룸미러 아래 달려있는 가족사진을 보고 가식적인 웃음과 함께 묻는다. 거짓말이다. 실은 사진 속 사람들에게 관심조차 없었다. 비좁은 공간에서 20분간 어색한 침묵을 참을 수 없어서 억지로 꺼낸 말이다. 육군 장교 복을 잘 차려 입은 남자를 칭찬하니, 아까의 그 조용한 모습은 마치 연기였다는 듯이 신나서 말을 쏟아내신다.
택시기사 아저씨와 말이 통하게 되면, 그건 아저씨가 되었다는 증거라고. 난 아저씨는 어른이라고 생각했고, 어른이 되고 싶었던 난 기사 아저씨에게 일부러 말을 시켰었다. 그 때는 두 세 마디 주고 받고 단절 되었던 대화가, 이제는 목적지 도착까지 끊기지 않는다. 세월이 흘러가도 난 제자리 일 줄 알았는데.
어디가 연출이고, 어디가 실제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다만 영화 보는 내내 불편했을 뿐이다. 이것은 단지 내가 20대 이기 때문만은 아니었을 텐데. 언제까지 꿈만 안고 살 수 있을까. 막노동판에서 하루 벌어 하루 살면서, 그래도 그림을 그리겠다고 소주 한 병을 몸에 담고, 책이며, 신문지이며 그림을 그린다.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아니라, 100호짜리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그의 꿈. 마침내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면, 그 때 그는 울고 있을까?
한 남자가 어두운 밤에 미술관에 숨어들어와 간절히 기도를 해요. 이 그림 속에 들어가게 해주세요. 날이 밝고, 그 남자는 사라져있고, 그 남자가 있던 자리에는 한 남자가 십자가에 못박혀 있는 그림이 있었어요. 어두워서 그림이 바뀐 것을 못 본거죠.
- 택시블루스 中
동화 속의 그는 꿈을 이뤘지만, 현실에서보다 더 나아진 것은 없다. 우리네 꿈은 이렇다. 갖지 못한 것을 갈망하며 아등바등 살아가봤자 남는 것은 없다. 심지어 그 꿈을 이루었다고 해도 말이다. 아니 오히려 꿈은 그저 꿈일 때가 가장 낫다. 꿈을 이룬다는 건 마치 첫 섹스 후의 공허함과 같다. 진정 아름답고 즐거운 건 꿈을 향해 달려가는 그 과정이다. 과정이 힘들어도, 꿈을 이루면 나아지겠지 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우리는 행복을 느낀다.
눈물이 흘렀다. 택시 안에서는 내 현재의 모습과, 내 미래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 속에 내가 이루고 싶은 모습은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 피하고 싶은 사람들의 모습들을 보았지만, 결국 피할 수 없는 것을 알기 때문에 슬펐다. 특이하다고 생각하는 그 모습들이 택시를 타는 우리 서민의 모습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가지자. 우리가 삶을 이끌든, 삶이 우리를 이끌든, 어떻게든 세상은 돌아가게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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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체험 택시운전의 현장
2007/12/15 01:33 | Tracked from Cowardlion
한때 새하얀 유니콘을타고 스타들이 노동의현장에서 벌어온 돈을 기부하는 '체험삶의 현장'이 꽤 인기가 있었던 적이 있다. 나 역시 즐겨보았고, 스타들의 인간적이고 색다른 모습이 재미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 프로그램이 존재하고 있는지조차 몰랐었다. 김태희가 출연했다는 소식에 여전히 하고는 있구나..라고 생각했을뿐. 그 프로의 존재자체를 망각하기 시작한것은 처음과 달리 점점 체험이 '건성건성'이루어고 있다는 느낌이 들던때와 맞물린다. 특정업체의 홍보를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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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영화] 서울, 좋아하시나요? '택시 블루스'
2007/12/15 12:33 | Tracked from the garden of everything
"xx 가세요?" "xx? ..삼천 원 더 주셔야 되는데." 시사회를 다녀와서 쓰는 영화 리뷰 2탄입니다. 이번에도 ON20을 통해서 참가하게 되었어요. 최하동하 감독의 다큐멘터리 '택시 블루스'. 흔히 인디영화, 독립영화라고 하는 작은 작품입니다. 인디영화는 그다지 많이 보는 편은 아닙니다만, 얼마 전에는 이쪽의 블록버스터(!)였던 '우리학교'와 일본 애니메이션 '철콘 근크리트鐵コン筋クリ-ト'(이걸 인디라고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튼 국내..
댓글을 달아 주세요
심오하군요 +_+
사실 그래요. 영화와 좀 어울리지 않는 글인것 같기도 하고.
덧글달고 보니 오늘따라 내 빨간구두가 심하게 부각되어 보이네요ㅠㅠ
그 빨간구두는 어디서든 부각되어 보였었는데.. ㅎㅎ
오늘은 어떻게, 좀 싱숭생숭 해요? 힘내요. 통닭통닭
통닭통닭?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치겠다,.ㅋㅋ
넘우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싱숭생숭한데 우껴,.ㅋ
ㅠㅠ
ㅠㅠ
ㅋㅋㅋㅋㅋ 왜 통닭 이라는 단어좀 보니까 먹고싶죠?
ㅋㅋ 기분좀 나아졌3? ㅋㅋ
비밀댓글입니다
on이라고 써 있는 부분에 있는 글들이 잡지에 실리는 거예요.
도전은 좀 더 추천을 받아서 on 으로 올라가라는 거고. ㅋㅋ 오키?
그림그리는아저씨 너무 슬펐다는 ㅠ
아; 그림그리는 아저씨 보고, 난 어떨까 생각하느라 힘들었어요. ㅠㅠ
트랙백 보내드립니다. 싸움에 이어 두번째 =ㅁ=ㅋ
요번에는 시사회 참여자가 적었나보네요.
잘부탁 드려요
요번에는 급하게 진행되어서 참여자가 조금 적었나봐요. ^^
저도 감상기 보러 달려가겠습니다.
다들 시사회에 가시는군요...흑흑
앗 nob 님도 시사회 신청하시지 그러셨어요. ㅠㅠ
저도 영화 보는 내내 불편했어요-
뭔가 불편한 진실이랄까?
아름다운 것만 보려하는 왠지모를 강박관념.
그 강박관념을 깨트리고 들어와 조금 더 현실을 보여주는 영화
그래도, onionmen 님 말처럼, 희망을 꿈꾸며, 현실을 살아갈 수 있겠죠?
그래도 세상은 아름답잖아요. 적어도. ㅎㅎ
제주소년님 반갑습니다 ^^